Below

[GOING DEEP] We Go Live 18:00 PM,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

goingdeep_3_feature

글│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    사진│Jun Yokoyama

“We Go Live 18:00 PM”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이하 SCR)의 홍보 문구다. 이들은 비주류 음악을 트는 언더그라운드 라디오지만 팟캐스트를 택하지 않고 오후 6시에서 자정까지 생방을 한다. 퇴근 길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녹음 아닌 생방으로 지상파 라디오에서 들을 수 없는 마니아 취향의 전자 음악, 알앤비 등을 들을 수 있다.

그동안 비주류 음악 방송에서 생방의 생동감을 찾기 힘들었다. 최소 며칠 전에 녹음된 팟캐스트 업로드를 쫓아다니거나 유튜브에서 이센셜 믹스를 찾아 듣는 게 부득이한 대안이었다. 그런데 한국에도 드디어 ‘생방’ 언더그라운드 라디오가 생겼다. 심지어 코난, 디구루, 타이거 디스코 같은 국내의 손꼽히는 디제이들이 출연한다. 맥주 한 잔까지 있으면 이태원 라운지 부럽지 않다. 이만한 귀 호강이 흔치 않다.

SCR은 2015년에 웹진 피카소 2주년 파티를 계기로 시작됐다. 처음엔 ‘해볼까?’ 하는 호기로운 아이디어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파티 도중 진지한 의기투합으로 발전해 정식 방송국 설립까지 이어졌다. 오너 리차드 프라이스와 컨텐츠 담당 마이크 신스는 영국인이다. 방송 중 영어 멘트와 외국인 디제이 출연 빈도가 높은 건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둘 중 마이크는 한국의 손꼽히는 LGBT 파티 보그(Vogue)의 주최자이자 케잌샵, 피스틸 등에서 활동하는 디제이다. 유일한 한국인 운영자 이슬기는 디자인과 한국말 소통이 필요한 일을 담당한다. 생방 중 블루 스크린에 띄워지는 영상은 에프업(F:::UP)의 작품이다. 그는 케잌샵의 영상 담당이기도 했다. 그밖에도 레드불 쓰리스타일 한국 우승자이자 프로듀서인 제이.피츠와 방송 업로드부터 음악 플레이까지 다양한 업무를 돕는 세 명의 대학생이 서포터즈로 참여하고 있다.

사진1

처음부터 생방을 하진 않았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베타 버전 기간을 거쳤는데, 그때는 미리 녹음한 믹스를 사운드 클라우드나 믹스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올해 6월 25일에 이태원 플래툰에서 런칭 파티를 연 뒤로 생방을 시작했다. 베타 버전 기간에 대해 SCR은 이렇게 말했다. “오류 없는 스트리밍을 구현하는 건 정말 많은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다. 이만큼 되기까지 기술 담당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에프:::업의 공이 컸다. 그때는 스튜디오나 녹음 시설이 없어 디제이들에게 집에서 녹음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부분이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 ‘라디오에 맞게’ 마이크를 사용해달라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일의 하나였다.”

SCR의 목적은 한국의 훌륭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동안 이에 적합한 플랫폼이 없었다”는 것이 설립의 이유다. 한 예로, 허니 배저 레코드의 제이엔에스(JNS)와 마이크가 진행하는 노다지(Nodaji) 쇼는 우리 로컬 씬의 숨은 보석 트랙들을 소개하는 코너다. 마이크가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듣는 청취자들도 어떤 음악인지 알 수 있다.

이런 목표는 조금씩 실현되는 중이다. 한 번은 베를린 커뮤니티 라디오(Berlin Community Radio)에서 정기적으로 플레이하는 데드 하이프(Dead Hype)가 SCR과의 콜라보를 통해 전 세계 BCR 팬들에게 한국의 음악을 소개했다. 직접 한국까지 찾아와 세 시간 동안 생방을 했다. 데드 하이프는 한국 씬에 대한 다큐까지 찍어간 사람이다. (이 다큐는 8월 중 전시 형식의 파티와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이렇게 우리 음악에 호기심을 갖고 영향력도 있는 셀럽들과 SCR은 네트워크를 맺고 있다. 저명한 전자 음악 웹진 레지던트 어드바이저(RA)도 SCR의 런칭 파티 기사를 썼다. “서울 커뮤니티 라디오가 토요일에 런칭한다”는 제목의 이 기사가 한국 씬에 대한 최초의 기사였다. SCR 방송을 듣고 해당 디제이를 파티에 섭외한 예도 늘고 있다. 숨은 보석을 널리 알리겠다는 최초의 취지가 조금씩 달성되고 있다.

4

방송국은 이태원에 있다. 이슬람 사원을 지나 도깨비시장 쪽으로 계속 걷다보면 나온다. 간판은 따로 없어서 아는 사람만 찾을 수 있다. 규모는 작다. 방 두 개와 거실 한 개가 딸린 지하 공간이다.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생방 부스는 스튜디오용 방음 시설을 갖췄고, 원활한 스트리밍을 위해 고사양의 케이블을 쓴다. 스튜디오 밖에는 운영자들이 회의와 업무를 보는 사무 공간이 있고, 거실에서는 놀러온 친구들 및 다음 방송을 위해 기다리는 디제이들이 피자도 먹고 맥주도 마시며 유쾌하게 수다를 떤다. 필자가 잠깐 머무르는 두 시간 동안에도 여러 명이 오갔다. 외국인들 특유의 격식 없는 유쾌한 농담들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테이블과 벽에는 한국 언더그라운드 크루 대부분을 망라한 수많은 스티커가 붙어 있다. 필자도 모르는 로고가 많았다. 이 응접실은 이태원의 주요 관계자들이 오가는 허브 같았다. 평범한 외관과 달리 핫 플레이스였다.

SCR은 계속해서 발전 중이다. 조만간 보일러 룸, NTS 라디오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와도 콜라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방송국을 벗어나 카페나 바 등에서 방송을 진행할 생각도 갖고 있다. 스페셜 게스트와 이벤트는 물론이고 인터뷰와 뉴스를 실을 수 있는 웹사이트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지금 보여지고 있는 모습은 단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3

처음엔 SCR의 시도가 무모해 보였다.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고서야 ‘멘트 없는’ 디제이 믹스를 끝까지 들을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대중성 면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꾸준히 듣다보니 믹스에 집중하는 디제이도 있고, 전통적인 라디오 방식을 사용하는 디제이도 있다. 다양하다는 뜻이다. 한 예로, 액트 어라운드를 진행하는 조한나는 서울에서 열리는 음악 이벤트와 각종 소식들을 전달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믹스에 집중하지 않는다. 장르도 다양하다. 필자가 방문한 날은 우드 엑스가 디앤젤로, 파티 넥스트 도어의 음악을 틀었지만, 타이거 디스코는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까지 아우르며 가요를 들려주기도 했다. 시간대에 따른 선곡 안배도 한다. 클로셋이 진행하는 필로우 토크는 잠들 시간임을 고려해 부드러운 음악을 들려준다. 마치 새벽 시간대 라디오가 차분한 선곡에 집중하는 것처럼. SCR은 영리하게 대중성을 안배할 줄 안다. 그리고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목소리를 ‘멘트 위주’라며 배격하지도 않는다. 설립자 리차드는 “생방임을 알려주는 사람의 목소리는 방송에 훨씬 큰 친근감을 더한다”며 오히려 이를 반긴다. 단지 “클럽에서조차 사람들에게 들려질 기회가 없는 아티스트들에게 대안적이고 창의적인 쇼케이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한다.

그동안 생방의 묘미를 가진 언더그라운드 라디오가 너무 없었다. 물론 운영 어려움 때문이란 건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진했기에 SCR은 더욱 대단하다. 심지어 일회성 페북 라이브가 아니라 정식 방송국이다. 일차적으로는 ‘우리에게도 생겨서’ 기쁘고, 그 다음으로는 고맙다. 수익 모델을 생각하지 않는 이런 무모함 덕분에 우리 문화계는 한 발씩 전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녁의 즐거움 하나가 늘었다. 지친 퇴근 길에 좋아하는 댄스 트랙을 잔뜩 들을 수 있는 건 정말 행복한 경험이다.

서울커뮤니티라디오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Facebook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