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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ume의 신보 [Skin]이 좋았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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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의 슈퍼 프로듀서 Flume이 지난 5월 27일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Skin]을 발표했다. 2012년 발표한 데뷔 앨범 [Flume]의 큰 성공 이후 Disclosure의 ‘You & Me (Flume Remix)’ 등이 연달아 대히트를 기록하며 세계 음악 시장의 새로운 테이스트메이커로 등장한 Flume이었기에 3년 이상의 시간을 기다린 그의 두 번째 앨범은 많은 기대를 모았다. 또, 오랜만에 앨범을 발표하는 Flume이, 그리고 그의 앨범이 댄스 뮤직의 지형도를 어떻게 바꿀지 기대도 됐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데뷔 앨범에서 큰 성공을 거둔 아티스트가 두 번째 앨범에서 성공을 이어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의 경우 그저 그런 앨범을 발표하는 데 그치거나 어떤 경우에는 기대 이하의 작품을 발표하는 때도 있다.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데뷔 앨범 [Flume]으로 “ARIA”에서 4개 부문을 휩쓸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 Flume이기에 그가 소포모어 징크스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호기심 반 걱정 반의 마음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Flume이 신보 [Skin]의 발표에 앞서 공개한 싱글 ‘Never Be Like You’, ‘Smoke And Retribution’과 같은 트랙을 들으며, Flume이 신보의 방향을 너무 팝 음악스럽게 잡은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우리가 Flume을 좋아하는 이유는 대중성을 겸비하면서도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이런 요소를 언더그라운드적인 사운드라 부르던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Flume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 대중을 너무 의식한 팝 앨범이 되어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걱정 어린 시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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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든 의구심은 앨범의 첫 트랙 ‘Helix’를 플레이 하는 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역시 Flume은 자신의 가장 매력적인 사운드를 알고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 트랙은 팝 음악과 거리가 멀었다. 그로울링 베이스와 함께 동양적인 현악 사운드, 장엄하고 서사적인 2분간의 인트로 뒤에 터져 나오는 Flume 특유의 풍성하고 헤비한 베이스를 듣는 순간 거의 환호성을 지를 뻔 했다. Flume이 앨범을 만들면서 느꼈을 많은 중압감, 많은 사람의 기대를 짊어지고 있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모든 것을 이겨냈다. 이 앨범이 이제는 소수의 매니아들이 듣는 앨범이 아닌, 다수의 대중을 타겟으로 하는 앨범임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을 Flume이지만 자신의 오리지널 사운드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과감하게 내질렀다. 앨범의 오프너 ‘Helix’는 마치 Flume의 선언과도 같았다. “나는 내 사운드로 승부를 보겠다!”라고 ‘Helix’를 통해 Flume은 외치는 듯했다. 자신감 넘치는 영 스타의 분명한 선언이었다.

‘Helix’로 시작한 [Skin]에는 곳곳에 좋은 트랙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다. 앨범 발표 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Never Be Like You’는 발표 직후 큰 인기를 얻었다. 보컬리스트 Kai가 피쳐링 한 ‘Never Be Like You’는 바로 지금 음악 시장에 있는 팝 음악 중 가장 세련된 형태의 팝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Never Be Like You’를 통해 Flume이 얻고자 하는 것은 명료했다. 더 많은 라디오 플레이, 더 높은 차트의 순위였다. 캐치한 멜로디와 가사가 리드하고 있는 ‘Never Be Like You’는 예상대로 지난 몇 달간 라디오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 되었든 트랙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Never Be Like You’가 더 좋았던 점은, 기존의 팝 스타일의 음악과는 다른 Flume만의 다크한 느낌의 사운드가 서정적인 Kai의 목소리 뒤에 녹여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 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앨범 [Skin]이 모두 ‘Never Be Like You’와 같은 팝 사운드로 점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Flume은 영리하게도 팝 음악과 언더그라운드 사운드의 밸런스를 잘 맞췄다.

Flume의 두 번째 앨범 [Skin]에는 찬사만이 쏟아진 것은 아니었다. 너무 높은 기대감 때문인지 발표 후 실망 섞인 평가가 곳곳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Flume의 사운드의 스타일의 전작인 [Flume]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이 중 대다수를 이뤘다. 어느 정도 이에 동의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Flume의 이번 앨범 [Skin]이 잘 만들어진 앨범이라 생각한다.

소포모어 징크스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첫 번째 앨범이 큰 성공을 거둔 이후 두 번째 앨범에서 아티스트가 사운드의 갈피를 못 잡기 때문이다. 첫 앨범의 사운드와 너무 비슷할 경우 팬들은 지겨워 하고, 첫 앨범의 성공 이후 너무 팝 음악으로 가득 찬 앨범을 발표할 때에도 팬들은 실망한다. Flume이 처한 상황과 굉장히 비슷한 상황이다. 또한, Flume은 한 가지 신경 쓰이는 점이 더 있었다. 그가 데뷔 앨범에서 보여준 사운드, 소위 “퓨쳐 베이스”라 불리는 장르의 사운드를 선보인 이후 Flume의 사운드를 모방하는 프로듀서가 너무도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Flume은 이번 앨범 [Skin]에서 자신만의 차별점을 두어야 했다.

인터뷰를 통해 “나는 다른 사운드를 찾아야만 했다. 짜증나기도 했지만, 현실에 안주하면서 똑같은 사운드를 사용하지 않도록 나를 채찍질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좋았다”라고 밝힌 Flume은 이번 앨범 [Skin]에서 그 시도를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Flume의 사운드가 달라졌기 때문에 이번 앨범이 실망스럽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그의 사운드가 달라졌다는 점을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Flume의 의도가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Flume의 시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트랙은 앨범 발표 전 무료 다운로드로 공개되었던 ‘Wall Fuck’이었다. ‘Wall Fuck’은 Flume이 이번 앨범 [Skin]에서 보여준 최고의 커브볼이었다. ‘Wall Fuck’의 사운드는 우리가 Flume의 음악에서 기대하던 사운드가 전혀 아니었다. 다크하고, 글리치하고, 심지어 혹자는 듣기 힘든 사운드라 표현할 정도의 사운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 트랙에도 혹평이 쏟아졌다. Flume에게 가장 애정을 많이 표현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댄스 뮤직 매체인 “InTheMix”조차 “이 트랙이 공짜인 이유가 있었다”라고 쓴소리를 남겼을 정도였다.

하지만 앨범 [Skin]을 그저 그런 둥글둥글한 특징 없는 앨범이 아닌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진 앨범으로 만든 트랙은 바로 이 Flume의 커브볼, ‘Wall Fuck’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Wall Fuck’이 좋은 리스닝 트랙이라든가, 완성도가 높은 트랙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짜증나기도 하고, “왜 이런 트랙을 만든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앨범을 플레이 하면서 넘겨버리게 되는 트랙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all Fuck’이 이번 앨범에서 가지는 의미는 Flume이 자신의 사운드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사운드의 경계를 넘어서려 하고, 시험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잘 드러나는 트랙이라는 것이다. Disclosure의 두 번째 앨범 [Caracal]이 마주했던 가장 큰 비난이 바로 전작의 사운드에 너무 안주했다는 사실이었는데, 만약 [Caracal]에 조금은 다른 색깔의 트랙이 하나만이라도 있었다면 더욱 큰 찬사를 받았을 수도 있다. Flume의 앨범 [Skin]에서의 ‘Wall Fuck’은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기존의 Flume 사운드를 이어가는 ‘Say It’, ‘Like Water’와 같은 트랙들에 더하여, ‘Wall Fuck’이라는 해괴한 트랙이 앨범에 하나 삽입되니 앨범에 대한 인상 전체가 바뀌는 것이다. ‘Wall Fuck’은 트랙 그 자체로서 보다 앨범이라는 하나의 큰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트랙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Flume의 앨범 [Skin]을 통해 확신하게 된 주관적인 견해를 말하며 이 리뷰를 끝내고 싶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Flume은 힙합 트랙을 해야 한다. Flume은 힙합 트랙을 만들 때 가장 매력적인 음악을 완성시킨다. 이번 앨범에서도 가장 좋았던 트랙 두 개가 바로 ‘Lose It’과 ‘You Know’인데, 공교롭게도 두 트랙 모두 힙합 트랙이다. Flume이 평소에 주로 사용하든 BPM대역의 비트와, Flume이 가지고 있는 창조적인 사운드 디자인 능력, 그리고 여기에 랩이 합쳐진다는 건, 이미 상상만으로도 게임이 끝난 것 같다. Flume은 전작 [Flume]에서 ‘On Top’과 같은 힙합 트랙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앨범 [Skin]에서도 힙합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Flume의 사운드와 랩이 합쳐지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충분히 보여줬다. 특히 ‘Lose It’은 이번 앨범 [Skin]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몬스터 트랙이다. 시카고의 랩 스타 Vic Mensa는 ‘Lose It’에 짐승 같은 매력의 랩을 선보이며 이 트랙을 완전히 찢어 놓았다. 본래 고래의 울음소리를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표현하고 싶어 이 트랙의 제목을 ‘Electro Whale Symphony’로 생각했다는 Flume에게 Vic Mensa는 큰 선물을 안겼다. Skrillex와 함께 ‘No Chill’을 발표하며 일렉트로닉 음악 팬들에게도 이미 익숙한 이름인 Vic Mensa는 자신의 최고의 랩을 Flume의 ‘Lose It’에 선사했다. ‘Lose It’을 들으며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불만은 오직 “이런 힙합 트랙이 앨범에 좀 더 많았으면…”이라는 것 뿐이었다.

Flume의 신보에는 이 외에도 AlunaGeorge, Beck, Little Dragon 등이 함께 참여한 트랙들과 함께 Flume의 베이스를 느낄 수 있는 트랙들을 포함하여 총 16개의 트랙이 수록되어 있다. Flume의 신보 [Skin]은 우리가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앨범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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