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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ING DEEP] SM의 EDM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ScreaM Records)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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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대중음악평론가 이대화

고잉 딥의 첫 기사를 놓고 빌로우와 이런저런 논의를 주고받던 때였다. 편집장 강우성 씨에게 전화가 왔다. “아예 한번 만나보는 건 어때요?” SM의 EDM 레이블 스크림 레코즈의 담당자와 연결해줄 수 있다는 전화였다. 초고는 주류 기획사 최초의 EDM 레이블 스크림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는 칼럼이었다. 그런데 탈고하고 내내 찜찜한 기운이 남았다. 한계를 논하기엔 이제 막 싱글 하나를 발표한 ‘신생’ 레이블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련 정보가 너무 적었다. 관계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글에 반영하기 힘든 말 그대로 입‘소문’이었다. 그러던 차에 ‘옳거니!’ 싶었다. 더 깊은 정보를 생산하자는 고잉 딥의 취지와도 맞았다. 그렇게 스크림 레코즈의 사무실을 견학(?)하게 됐다.

정확히 말하면 스크림 레코즈의 단독 사옥과 사무실은 없다. SM의 A&R 직원들이 쓰는 공간을 스크림 담당자이자 SM의 인터내셔널 A&R 이서경 씨가 같이 쓴다. 이서경 씨는 독일과 미국에서 클럽 문화에 푹 빠졌던 일렉트로닉 댄스 마니아다. 한국에 돌아와 음악 일을 하고 싶어 문을 두드린 곳이 SM이었다. 런던 노이즈와 함께 가요에 개러지 색을 입힌 주인공이 바로 그녀다. 강력한 서브 베이스로 시작하는 에프엑스의 ‘4 Walls’는 지금 들어도 놀랍다. 스크림 레코즈는 그녀가 회사에 제안해 만들어졌다. “EDM이 단지 언더그라운드가 아니라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이란 걸 알리고 싶었다”는 게 기획의 취지다.

스크림이 위치한 SM의 청담동 사옥엔 (본사는 따로 있다) 해외 작곡가들과의 송 캠프를 위한 4개의 스튜디오가 있다. 송 캠프란 콜라보 작업을 위해 꾸려지는 임시 집합소를 말한다. 예를 들어, 에프엑스의 ‘All Night’은 테디 라일리의 송 캠프에 진보가 참여해 만들어졌다. 두 사람이 한 스튜디오에서 만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곡을 썼다. 해외에선 송 캠프 작업 방식이 이미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리한나의 ‘Work’는 로스 앤젤레스에 있는 드레이크의 집에 파티넥스트도어, 앨런 리터, 루퍼트 ‘세븐’ 토마스, 몬테 모아르, 알 스테펜슨, 보이-원다가 모여 만들어졌다. 토마스는 그때를 “다들 여기저기 앉아 각자의 작업과 콜라보 작업을 하는 비트 공장이었다”고 기억한다. 그런 협업을 위한 공간을 SM은 한층 전체를 할애해 4개를 만들었다.

스크림의 첫 싱글 ‘Wave’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리햅이 쇼케이스로 내한했을 때 차비 앤 기와 세션을 진행했다. 아이디어에 해당하는 곡은 차비 앤 기가 먼저 만들었다고 한다. 이것이 리햅에게 전달되어 그의 아이디어가 보태졌다. 처음엔 리햅의 손길이 더해진 버전만 발표하려고 했지만, 차비 앤 기가 그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버전도 내부의 좋은 평가를 얻어 같이 발표하게 됐다. 쇼케이스 때 공개한 버전도 차비 앤 기 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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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릴렉스도 이곳에서 작업했다. “이 방 스피커를 좋아하더라고요.” 그가 작업했다는 스튜디오에 들어가보니 테이블에 성인 남자 절반 크기의 KRK 스피커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그보다 2배 가량 큰 스피커가 걸려 있었다. 그는 복잡한 인터페이스 없이 그냥 ‘AUX’ 케이블만 요청한 뒤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3층의 송 캠프 스튜디오는 화려한 시설을 자랑하진 않는다. 마스터 건반, 마이크, 컴퓨터, 스피커 정도의 기본적인 세팅만 되어 있다. 숱한 하드웨어 장비들이 촘촘히 장착된 스튜디오는 5층에 따로 있다. 이곳에서 엔지니어들이 본격적으로 사운드를 다잡는다.

리햅의 섭외 비하인드 스토리를 묻는 도중에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도 적극적으로 원했다는 것이다. 현재 다른 EDM 스타들과도 작업 중인데, 그들 역시 하나같이 적극적인 태도라고 한다. 이유가 뭘까.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EDM은 현재 하락세다. 씬의 슈퍼스타들은 유행이 조금 느린 아시아가 글로벌 인지도 성장에 좋은 발판이 될 거라 여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역학구도라면 SM은 졸라서 섭외해야 하는 ‘을’이 아니다. ‘갑’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당하게 딜을 할 수 있는 동등한 위치다. 더욱이 SM은 아시아 내 영향력이 막강하다. 엑소 100만 장 신화를 쓴 한류스타 집합소다. 싸이는 북미 진출을 위해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과 손잡았다. 그렇다면 아시아에 진출하려는 EDM 스타들은 누구와 손잡아야 할까. SM이다. SM은 멜론 차트, 오리콘 차트, 동남아, 중국에서도 영향력이 크다. 그래서일까. 스크릴렉스는 자청해서 엑소 공연 오프닝에 서겠다는 제안도 했다. 엑소 팬들의 엄청난 규모와 충성도에 놀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냥 유리한 고지에 서 있진 않다. 아시아 내 EDM의 인기가 아직 유럽과 미국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도 그렇다. ‘Wave’는 완성도에 비해 소소한 성적만 거뒀다. 관심이 가장 뜨거웠던 공개 첫 날에도 멜론 실시간 Top 100 밖으로 밀려났다. 에프엑스 팬들도 그룹의 컴백 앨범이 아닌 이상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4월 26일 뮤직 비디오 촬영 현장엔 엠버와 루나가 나온다는 사실이 발표됐음에도 많은 인원이 몰리지 않았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마저 EDM에 대한 관심이 깊지 않았다. 그날 타임스퀘어 관객들 중 리햅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다수였다. 그들이 보기엔 ‘모르는 외국인이 나와 모르는 음악을 트는’ 무대였을지도 모른다.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급의 리햅이 히트곡 ‘Won’t Stop Rocking’, ‘Samurai’ 등을 계속 쏟아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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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을 ‘EDM 레이블’로 홍보하는 것도 국내 현실을 고려해서다. ‘EDM’이란 용어를 쓰면 마니아들은 ‘빅 룸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로 이해한다고 했더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애초부터 일렉트로닉 음악 전반을 포괄하는 레이블로 기획했지만 이를 공감 가능한 용어로 표현하기 위해 ‘EDM’이란 말을 썼다고 한다.

그렇다고 ‘국내 현실 고려’에만 얽매이지는 않을 것이라 한다. 스크림이 추구하는 ‘EDM의 대중화’란, 눈높이에 맞추느라 본래의 매력을 깎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EDM을 듣는 것이라고 한다. ‘Wave’를 SM의 주간 프로젝트 SM 스테이션을 통해 공개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신생 레이블인 스크림은 인지도와 노출도 면에서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고자 공개 채널을 달리했다고 한다. 이렇게 SM이 가진 팬 베이스와 홍보력을 활용해 EDM을 대중화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타협을 통한 대중화가 아니라, 반 발 앞선 스타일을 높은 노출도로 발매하는 것. 그게 스크림의 모토다.

송 캠프 스튜디오가 위치한 3층 중앙 테이블에 둘러 앉아 조만간 스크림을 통해 공개될 미발매곡 즉석 청음회를 가졌다. A&R 직원들이 그 테이블에서 음악도 듣고 회의도 한다고 한다. 아직 믹스 마스터가 끝나지 않은 데모 음악들이 포컬 모니터 스피커 두 대의 끝내주는 음질로 흘러나왔다. 보컬이 아직 가이드 상태인 곡도 있었다. 그러고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스크림의 다음 행보들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계획은 많지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죠.” 아직은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달라는 말이었다. 그녀 말이 맞았다. 아직 확실한 건 없다. 한계와 장점 모두 선명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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